축구선수와 개발자의 상관관계

Posted by Sol on February 03, 2020 · 4 mins read

오늘 안드로이드 개인프로젝트를 하다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긴 순간이 있었는데, 그 생각을 기록해놓고 싶어 이렇게 뜬금없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취업시장의 키워드 중 하나는 ‘전문성’이었다.

‘지원자로서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입사 후 어떤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까?’

‘전문성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취준생으로 1년간 지내면서, 사실 나는 이 ‘전문성’이 의미하는 것이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아마 내가 사회학이라는, 학점이 4.0이 넘는 모범 학도들도 ‘사회학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그런 광범위하고 동시에 애매모호한 학문을 대학 4년간 공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몇몇 전공을 제외한 대한민국(혹은 전세계)의 문과 출신들은 모두가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애초에 회사에서 요구하는 ‘비즈니스 전문성’과 ‘순수 인문, 사회과학’은 연결고리를 찾을래야 찾기 어려울 뿐더러,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의 청년이 스스로 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구라’이기 때문이다.

사설이 길었지만 어쨌든, 나도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전문성’을 한번 키워보고자 IT기업에 들어와 ‘개발자’ 코스프레를 열심히 해보고 있는 중이다.

컴퓨터 과학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문과 대학생 수준의 이해도( = 아무것도 모름)만 갖고 있던 내가 이 세계에 발을 담그고 성장하려 발버둥을 친 지 어언 반년이 흘렀다. 다행히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지고, 칠흑같은 밤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컴퓨터의 세계는 이제 막 새벽 어스름의 시간대로 접어든 것 같다. 희미하지만 길을 볼 수는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여러가지 Method가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 세 가지의 기준이 제시된다.

1) 컴퓨터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전공지식)

2) 코딩테스트(알고리즘 테스트) 풀이 실력

3)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처음에 이 세 가지 요소를 접했을 때 2) 와 3) 이 잘 와닿지 않았다. 문과 출신들은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데다가, 코딩테스트는 그 정체가 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제는 그 때보다는 훨씬 구체적으로 타인에게 설명할 수준은 된 것 같으니, 이 세 가지를 ‘축구선수 리크루팅’에 비유해서 설명해보겠다.


<축구선수를 테스트하는 방법>

만약 내가 어떤 축구 팀의 감독(혹은 스카우터)이라면, 특정 지원자가 좋은 선수인지를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1) 축구 전술 및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가?

2) 킥, 패스, 드리블 등 축구의 기본기 및 Skill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

3) 이전 팀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냈는가?

이러한 세 가지 기준을 통해 지원자가 좋은 선수인지 아닌지 어느정도 구별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프로그래머를 판단하는 위 세 가지의 기준과 각각 대응된다.

  1. 선수와 나란히 앉아 축구 전술 및 포지션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답변을 듣고 그 선수의 이해도를 판단한다 -> ‘기술면접’

  2. 직접 그 선수를 데려다가 이것저것 테스트해봐야 한다. 드리블 테스트, 슈팅 테스트 등 과제를 주고 결과물을 본다 -> ‘코딩테스트’

  3. 그 선수의 과거 스탯과 관련된 기록물을 볼 것이다 -> ‘포트폴리오’

컴퓨터과학과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는 기술면접, 코딩실력 및 논리적 사고, 문제해결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코딩테스트, 프로젝트 수행 경력 및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이 세 가지가 ‘소프트 엔지니어로서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아닐까 한다.

(30분의 상념으로 축구선수와 개발자를 교묘히 엮어낸 내 스스로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저 세 가지 기준 말고도 하나의 평가기준이 더 있는데, 모든 Organization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그것은 바로 ‘인성과 열정’이다.

‘저 선수는 다른 팀원들과 잘 지내면서 팀 스피릿에 기여할 것인가? ‘이 사람은 다른 개발자들과의 팀워크를 잘 해낼 사람인가? 회사와의 fit은 어떤가?’

‘저 선수는 축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강한가?’ ‘이 개발자는 IT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있어, 끊임없이 self-motivation을 할 사람인가?’

대부분의 Job interview 질문들은 이 네 가지 기준을 간접적으로 가리키고 있을 것이기에, interviewee가 저 네 가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생각을 정리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다시 job seeker로 돌아갈 것이 자명하기에, 오늘의 생각을 마음속에 잘 담아두도록 하자.